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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7.20 16: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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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화해협력 시대 주한미군의 역할 (국방일보)



제목 : 화해협력 시대 주한미군의 역할

저자 : 국방사부 연구원 이미숙

수록 : 국방일보, 2000.11.24


c 최근 남북 간에는 6·15 공동선언과 남북 국방장관 회담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화해 무드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여기에 이산가족의 염원인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합해지고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 확대될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화해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편승이라도 하듯,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그 동안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 뿐만 아니라 이 산하에 피를 흘리며 혈맹을 과시한 주한미군을 ''용도폐기''하여 처분하려는 목소리가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남북한에 상호 이질적인 정부가 각각 수립된 이후 북한이 남북회담이나 협상시 항상 선결조건으로 변함없이 내세우고 있는 문제가 바로 ''주한미군의 철수''였다. 최근 북한의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다소 유화적인 언행을 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북한 내부단속용 발언이었지, 주한미군의 철수를 철회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주한미군 철수문제의 논의는 시기상조라 할 수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논의를 거치고 무엇이 국익에 이익이 되는가를 따져, 남북관계의 사태 진전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문제이다.

주한미군의 주둔은 시대적 요청

c해방이후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군정을 실시하기 위해 미군이 이 땅에 첫 발을 내디딘 이래 주한미군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주한미군의 제일 큰 업적은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난이었던 6·25전쟁시 북한군의 침략을 저지하고 우리나라를 다시 찾아 되돌려 주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에도 미군은 한반도의 최전선을 방어하면서 북한의 재침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의 전쟁억제 세력으로서 뿐만 아니라 동북아 안정세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였다. 또한 한·미 연합전력을 형성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비용을 절감하고 경제발전에 기여하며, 전략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역기능적인 면도 없지 않으나 이제까지 미국의 필요성보다는 우리의 안보 및 경제적 이익 때문에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청 때문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안정 세력
c한국 내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주한미군의 역기능을 확대시킴으로써 주한미군의 철수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최근 한·미간의 현안문제로 등장한 노근리 사건, 매향리 사격장 사건, 그리고 주둔군지휘협정(SOFA) 개정 등의 문제가 지난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화해분위기와 맞물려 주한미군이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독버섯''처럼 인식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근본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안보현실은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간에는 100만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군사적 대결상태가 정상회담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한국군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는 북한의 전력을 그대로 둔 채 우리만 무장해제 당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구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의 철수는 더욱 위험한 발상이 아닐까 싶다.
c여기서 우리는 주한미군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냉정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주한미군은 해방이후 점령군의 자격으로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북한을 무력으로 침공하여 한국이 한때 바랬던 무력통일을 도와주기 위해서 이 땅에 주둔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미국이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을 필요로 하는 곳에 미군을 파병하여 그 지역 및 국가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듯이, 주한미군도 미국의 ''세계평화 유지'' 라는 틀 속에서 한국의 안녕과 전쟁억제, 나아가 중국, 일본, 러시아가 각축하는 동북아의 안정세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또한 우리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가운데 화해와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c따라서 앞으로 남북한 화해협력 분위기가 이어 지더라도 남북한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주한미군의 주둔은 필연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현재 일부에서나마 제기하고 있는 철수논의에 관계없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 시기까지 한반도에서의 평화안정 세력으로서 그 역할과 소임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있는 사람들에게도 한·미 혈맹관계의 역사적 필연성 공유와 주한미군과의 문화적 교류를 통한 정보화·세계화 기여라는 측면에서 상호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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