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언론보도
글번호
i_47000000000052
일 자
2003.07.20 19:53:27
조회수
2030
글쓴이
관리자
제목 : 北의 급진적 변화와 우리의 대응 (국방일보)



제목 : 北의 급진적 변화와 우리의 대응

저자 : 국방사부 연구원 이미숙

수록 : 국방일보, 2002.10.18


최근 북한은 역사상 유례 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고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가 우리의 기대대로 전개될지 아니면 북한의 의도대로 추진될지 그것도 아니면 우발적인 사태로 변질될지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변화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냉철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변화는 그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아야 한다. 북한은 김일성 사후 `고난의 행군''으로 표현되던 유훈통치를 마감하고 1998년 9월 새 헌법의 개정과 함께 김정일 시대로 공식적으로 출범하면서 `강성대국''이라는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으로 체제를 결집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경제난의 심화는 체제의 위기를 가중시켰고, 사상통제를 통한 김정일의 리더십은 한계에 부닥쳤다. 이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북한은 변화를 택한 것이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경제를 택한 것이다. 북한의 공식 입장도 자본주의적 경제 조치들을 개혁 ·개방으로 보지 않고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대내외적 변화는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 체제나 이념의 전환을 위한 변화는 아니다. 북한 내부의 필요에 의한 정책변화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이 지금 남북관계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도 지난 10여 년간 고수해온 통미봉남(通美封南)정책으로는 경제난 극복을 통한 강성대국의 건설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변화는 분명 무리수를 띠고 있는 시도임에 틀림없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병존할 수 없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유입된 자본주의 경제가 북한체제를 지켜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붕괴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험은 이미 시작됐다.

모험에는 많은 돌발상황이 뒤따른다. 우리 군은 북한 변화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차후 발생할 수 있는 우발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변화를 우리의 의도대로 서둘러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7월1일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추진되는 경의선·동해선 연결사업, 신의주 특구 개방 등은 북한체제 유지의 마지막 희망이자 수단일 뿐 한반도 평화 정착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도로 연결과 신의주 특구는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자금줄인 셈이다. 게다가 신의주 특구의 개방을 위해 신의주 지역을 외부와 차단하는 아이러니는 북한 변화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다. 신의주를 둘러싼 격리 철조망은 또 하나의 분단 장벽이 될지도 모른다.
특히 주목할 사실은 군사관계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이는 철도·도로 연결구간에 제한될 뿐 포괄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기대라는 잣대로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변화에 대비, 전략·정책은 물론 좀더 구체화한 국면별 작전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경의선·동해선이 북한의 남침 통로로 이용될 수 있고 북한 주민의 탈북 루트가 될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의 변화는 김정일과 소수 핵심그룹의 정책적 판단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을 둘러싼 갈등의 소지가 많다. 북한 당국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이 증폭되고 지도부 내에 보수적 관료와 군부를 중심으로 한 불만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 요소는 북한체제의 붕괴와 혼란으로 급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위협 변수에 대한 안전장치와 만반의 대비태세가 필요하다.

셋째, 정전협정 이후 줄곧 화해를 도발의 기회로 악용하면서 쌍방이 체결한 조약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온 북한의 대남전략을 돌이켜볼 때 일방적으로 변화를 중단시키는 상황에 대비, 새로운 시각에서 군사외교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분명 의지를 갖고 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제조약은 파이의 부스러기와 같다”는 레닌의 말처럼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언제 또다시 변화를 중단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한이 변화를 중단하더라도 신뢰를 조기에 회복할 수 있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가 경제적 요구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달리 군사보장 합의서와 같은 군사협력으로 이어짐으로써 분명 질적 전환을 일으켰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군은 북한의 급진적 변화의 시기를 맞아 새로운 시각에서 국방태세에 만전을 기하면서 지금이야말로 북한 변화의 동인(動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기회임을 유념해 군사적 신뢰 구축과 긴장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수정 삭제
목록으로
다음글 .6·25전쟁-6사단의 압록강 진격과 초산전투 (국방일보)
이전글 국군발전사의 회고와 교훈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