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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
2006.02.14 10: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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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제목 : [국방일보](병영칼럼) 교양 또는 위선
[병영칼럼]
"교양 또는 위선"

양반은 비가 오더라도 뛰지 않는다’.
‘양반은 밥을 굶었어도 남 앞에서 이를 쑤신다’.

이 말들은 주로 우리가 조선시대 양반 사회의 위선을 꼬집을 때 사용한다. 그런데 위의 말들을 ‘양반은 어떤 위기가 닥쳐 와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는 ‘양반은 어떤 고난이 닥쳐 와도 남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으며,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앞의 말들은 양반의 위선을 꼬집었지만, 뒤의 말들은 그들이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교양을 얘기한 것이다.

사실, 비 오는 날 어차피 옷이 젖을 거라면 호들갑스럽게 뛸 필요도 없고, 또 이왕에 굶었다면 남 앞에서 굳이 ‘죽는 소리’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얼핏 보면 교양과 위선은 양쪽 모두 어느 정도의 거짓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교양은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기 절제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위선은 나 자신만의 이익을 합리화하고 미화하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래도 교양은 정직에, 위선은 거짓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교양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우선이지만 위선은 이기심이 앞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교양은 남을 위해 나의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고 반대로 위선은 나를 위해 남을 불편하게 하고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났을 경우 무조건 다가가 “당신을 사귀고 싶습니다”라고 한다면, 그는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귀고 있는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만 잘할 뿐 사실은 마음에 드는 다른 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소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속이는 위선자임에 틀림없다.

외국 생활을 많이 한 어떤 사람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사람 나름이겠지만 미국 사람을 만나면 대체로 솔직하고 쾌활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교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영국 사람을 만나면 퍽 교양은 느껴지면서도 어떤 때는 그것이 지나쳐 위선이 느껴진다고 한다.

결국 교양이란 세련된 정직함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교양인일까, 아니면 위선자일까. 어쩌면 자신이 곧 교양인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위선자일지도 모르겠다.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는 겸손이야말로 교양인이 갖춰야 하는 첫째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태재 예 육군대령·군사편찬연구소 전쟁사부장>

[국방일보-2006.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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